하늘억새길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개요

관리자
2022-12-18
조회수 1674

끌림이 있는 산입니다.

산을 보석처럼 꿰맨 억세들의 춤사위가 그러하고 무심히 발길에 툭툭 차이는 솔방울이, 

이름 없는 오솔길 마저 언젠가는 지나갔을 법한 길이기에 끌림은 더합니다.

어쩌면 끌림이 있어 끌리는 것이 아니라, 녹록지 않은 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넘었고, 장에 갔던 어머니가 돌아오던 주름진 길이라서 그런 지도 모릅니다.


 

풀 한 포기, 돌 하나에도 각양각색으로 내면의 얼굴이 묻어나고, 

해진 짚신 대신 맨발로 걸었던 민초의 생생한 삶도 길에 비칩니다.

이 주름진 길들은 산과 산을 잡아주는 뿌리이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 이었습니다.

 

이 책은 걸어서 만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선인들은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영남알프스의 오랜 옛날을 거슬러 오르는 시공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더랬습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영남알프스의 모든 길은 결국 언양장으로 모인다는 것을

걷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길이란 사람이 내는 것이어서 십 리 간에 풍속이 다르며, 길 따라 인심이 난다는

사실도 보고 느꼈습니다.

 

산다는 것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세월을 되씹듯이 오늘도 영남알프스의 실타래 같은 길을

걷는 이가 있습니다.

저 역시 억새나라를 걷는 ‘억새꾼’과 마을과 마을을 이어 걷는 ‘둘레꾼’의 갈라진

발뒤꿈치를 따라 걷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넘었던 고개와 마을길 하나하나 이 잡듯이 뒤지며 제 이름을 찾아주고, 

발길 닿는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꾸려 보았습니다.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른 시린 역사를 지닌 산이라서 그런지 

막상 발품 판 이야기보따리를 내려 놓고 나니 끌림은 더합니다. 

상처만 있고 영광은 없는 저 산은 큰 스승이었습니다.



- 2013년 작가 배성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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